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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청년지원센터 유유기지


IN-JOY 청년모임지원 <IN-문학> 6월 활동보고

  • 작성자
    한경림
    작성일
    2025년 6월 30일(월) 23:33
  • 조회수
    30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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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개요

○ 활동일시: 2025.06.23.(월)
○ 활동내용:

1주차 활동에서는 인천을 배경으로 한 대표 작품인 오정희 작가의 『중국인 거리』를 함께 읽었고, 이에 대한 감상과 논평을 나눴고,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 1주차 활동 도서 오정희 <중국인의 거리> 감상 및 비평

1) 감각적인 표현으로 묘사된 인천
『중국인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작가의 ‘감각적 표현력’이다. 시각적, 후각적으로 구체적으로 묘사된 거리의 풍경과 분위기는 읽는 이에게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생동감을 준다.
특히, 검은색과 노란색을 중심으로 중국인 거리를 묘사한 부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석탄 가루가 날려 조금만 밖에 있어도 '검정 강아지'가 되고 마는 곳, '철로 너머 제분 공장의 굴뚝에서 울컥울컥 토해 내는 검은 연기가 전진처럼 밀려드'는 곳. '노오란 햇빛이 다글다글 끓는' 거리와 '해인초 끓이는 냄새'와 '해조', '뒤섞이는 석회의 냄새'로 노란빛의 회오리에 싸인 듯한 기분을 느끼는 곳. 검은색과 노란색에 대한 묘사는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되며 한 가지 색으로 특정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얼룩 된 어린 소녀의 기억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그 외에도 '같은 모양의 목조 이층집들'과 '바랜 잉크 빛깔이나 흰색 페인트로 벽을 칠한 커다란 이층집들', '갑각류 동물처럼 입을 다문 오래된 집들'이 공존하는 집 앞 골목의 풍경 묘사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학창 시절 자유공원을 중심으로 차이나타운 일대를 가본 적이 있지만, 그때 본 차이나타운의 이미지와 소설 속 '중국인 거리'의 이미지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빨간색으로 가득한 거리’, ‘사람들로 북적이는 골목’, ‘계속해서 피어오르는 각종 연기’,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 음식 냄새와 호객 문화’. 기억 속 차이나타운은 영락없는 관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 많은 것이 변한 것인지 많은 것을 놓친 것인지. 다시 방문한 2025년의 차이나타운에서 작품 속 검은 색과 노란 색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2) 이질성, 소외, 상실이 교차하는 상징적 장소로서 인천
『중국인 거리』는 6·25 전쟁 직후의 인천, ‘중국인 거리’를 배경으로 하며, 낯선 거리로 이주하게 된 어린 소녀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상흔과 전후 인간 내면의 불안을 섬세히 다루고 있다.
‘그 거리에는 가난한 자의 고통과 소외, 타인의 죽음이 그림자처럼 스며 있었다.‘는 소녀의 시각으로 거리를 묘사한 이 문장은 작품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폐허가 된 도시, 떠도는 타인들, 그리고 불안정한 인간관계 속 표류하던 소녀는 점점 부딪히며 단단해져간다.
소녀가 살아가는 ‘중국인 거리’는 지리적 공간뿐 아닌, 이질성과 소외, 그리고 상실이 공존하는 상징적 장소다. 그곳에서 소녀는 메기 언니와 제니, 할머니와 엄마 등 다양한 인물 간 관계를 통해 죽음과 삶, 타자성과 연민이라는 다소 복잡한 감정들을 마주한다.
『유년의 뜰』, 『불의 강』 등 다른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작가는 감정의 폭발 대신 미세한 감각의 결을 따라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시적인 이미지와 절제된 문장은 어떠한 감정적인 묘사보다 독자에게 큰 감정의 파동을 전하며, 인물의 내면과 시대의 현실을 동시에 비춰준다.
『중국인 거리』는 전쟁이라는 시대적 비극과 그로 인해 발생한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인간 존재의 고독을 조용하지만 힘 있게 말하는 작품이다. 한 소녀의 성장 서사를 따라가며 독자는 삶의 불확실성과 그 안에서도 지속되는 연민과 희망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의 문장은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을 과장 없이, 그러나 잊히지 않을 방식으로 마음에 각인시킨다.

3) 경계의 도시, 타자와의 만남의 장소 인천
인천은 항구 도시라는 지리적 특성상 한국 근대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경계의 도시, 타자들의 도시로 존재해왔다. 개항 이후 다양한 외지인들이 정착해 특유의 문화를 형성했고, 6.25 등 전쟁 시기에는 전장이자 피난민들의 밀집지로 기능했다. 이처럼 인천의 복합성과 불안정성은 『중국인 거리』의 인물들의 감정과 내면을 입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한다.
작품의 화자인 소녀 역시 전쟁 피난민으로, 처음 도착했을 때 낯선 공간인 인천은 그녀에게 난생 처음 ‘타자’로 혼란과 불안을 느끼게 한다. 부두의 소음, 시장의 북적거림,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뒤섞인 거리는 타자로서 소녀의 불안정한 정체성을 반영하는 거울처럼 보인다. 인천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주체가 불분명한 존재들이 혼란한 내면을 비추는 상징적인 배경이 된다.
소녀의 불안정한 내면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치옥이’는 소녀가 가장 강하게 모방하려는 대상으로 소녀는 치옥이의 말투와 몸짓, 분위기 심지어는 안타까운 가정사까지 따라하려 하지만, 소녀의 모방은 항상 어설프다. 이는 소녀가 사회적으로나 정체성 측면에서 주체적이지 못하고, 늘 경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메기 언니’와 ‘제니' 모녀는 '이질성'과 '이국성'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메기언니의 세련된 모습, 매사에 무심하고 덤덤한 모습과 메기의 혼혈이라는 타고난 이국성은 소녀에게 또 다른 '타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소녀는 이들처럼 되고 싶지만,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동경과 동시에 불편함을 느낀다. ‘할머니’는 소녀가 이질성 가운데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단절된 인물로 소녀의 정체성의 귀속점이 되어주지 못한다.
소녀는 인천이라는 타자성이 짙은 공간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그 누구와도 완전히 동일화하지 못한 채 표류한다.
인천의 이러한 특성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재의 인천 역시 공항과 항구, 국제도시로서 다문화와 타자성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존재하며, ‘경계의 도시’라는 본질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중국인 거리』 속 인천과 현재의 인천은 여전히 ‘타자성’과 ‘다양성’이라는 근본적인 키워드를 공유한다.
작품 속 소녀가 경험한 불안과 모방의 감정은 지금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타자들’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이처럼 『중국인 거리』는 단순한 과거 이야기를 넘어, 오늘날 인천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창이 되어줄 수 있다.


- 7월 이후 향후 계획 논의

1) 인천소재 독립 영화관 방문

2) 중국의 거리 배경이 되는 차이나타운 방문 및 아트센터 전시 관람

3) 인천 출신 작가들의 작품 감상 및 논평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천선란 -아무튼 디지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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